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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이스트랜드 2의 키워드 시스템에 대해 게임 - 기타

약 1주일 전 <웨이스트랜드 2>의 플레이영상이 공개된 후, 게이머들간의 논쟁이 여기저기에서 활발하다. 영상 공개 전에는 베데스다/바이오웨어 팬덤과 옵시디언/인엑사일 팬덤 사이의 산발적인 교전이 있었는데, 지금은 전자의 경우 "ㅉㅉ 때가어느때인데"하는 정도고 후자들끼리 키워드 시스템에 대해 갑론을박하는 형국이다. 그 기세가 자못 치열하여 흡사 옛 사회주의자들 내부의 이념투쟁을 방불케 한다. 아마 키워드 반대-지문 찬성 파들이 쪽수 면에서 좀 더 우세한 듯 싶다. 본인의 경우 여태껏 지문 시스템의 게임만 해오고 키워드 시스템엔 생소한지라 '일단은' 지문 시스템에 더 호감이 가는 편이다. 하지만 웨이스트랜드 2가 추구하는 키워드 시스템이 현 시점에서 굉장히 유의미한 것이라 판단되고, 그에 대해 내 생각을 풀어 보겠다.


1. 대화의 복잡함
<디아블로>처럼 초 단순무식한 퀘스트 구조를 갖출 게 아니라면야, RPG에서 대화는 게임 플레이의 엄연한 일부분이다. 퀘스트가 단순한 빵셔틀 수준일때는 간단한 수준으로 대화를 구성하면 된다. "옆집사는 A한테서 어떤 물건을 가져와라"라는 부탁을 받았을 때는 "예/아니오/왜?/다시말해줘" 정도의 대화만 나누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퀘스트 수행 방식이 복잡해지면 다양한 NPC를 만나야 하고 연계된 다른 퀘스트를 수행해야 하기도 한다. <폴아웃: 뉴 베가스>에서 머리에 총 쏜 놈을 찾아가는 과정을 생각하면 되겠다. 이 과정에서 대화 파트는 매우 복잡해지게 된다.그러면 복잡한 대화란 무엇일까? 사람마다 여러가지 정의를 내릴 수 있겠지만, 난 "해답을 찾는게 얼마나 어려운가?"가 관건이라 생각한다. 해답이란 퀘스트의 목표가 될 수도 있고, 수행상의 팁이나 숨겨진 요소 등이 될 수 있다. 바로 여기서 키워드 방식과 지문 선택 방식이 큰 차이를 보이게 된다. 

지문 선택 방식은 해답을 찾기 위해 주어진 지문들 중 이거다 싶은 걸 선택해주면 된다. 퀘스트 아이템을 주세요 하고 대화를 해야 하는데 엿먹어라 씹쌔야를 외치면 평화적인 방법으로 해당 아이템을 얻을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해당 지문은 여러 개가 나열되므로 플레이어의 선택의 폭이 좁은 편이다. 대화에 대해서는 플레이어의 자율성이 축소되는 셈이다. 대신에 대화의 길이가 꼬리에 꼬리를 물어 엄청나게 길어질 수 있다. 반면에 키워드 입력/선택 방식은 플레이어에게 무한정의/훨씬 폭넓은 선택권을 부여한다. 때문에 플레이어의 자율적 플레이가 상대적으로 더 보장된다. 대화의 난이도는? 이거는 제작자의 능력에 달려 있다. 플레이어들이 입력할 만한 다양한 키워드에 대해 최대한 리액션을 마련해 두어야 하므로 실력없는 제작자로서는 무리인 방식이다. 게다가 여러 키워드를 순서대로 입력시 연쇄반응을 일으켜야 할 경우도 있다. 내가 웨이스트랜드 2의 키워드 시스템에 잘못 알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지만, 걱정되는 부분이다. 게다가 가끔씩 어조 등도 신경써야 하는 부분이 생길텐데, 키워드 시스템으로는 불가능하지 않나 생각된다. "잘 못들었습니다." 와 "잘못들었습니다-?"에 대해 각기 다른 상황 설정이 가능한 건 지문 입력 시스템이 아닌가.

1. <폴아웃: 뉴 베가스>
2. <스타워즈: 구 공화국의 기사단 2 - 시스 군주>
3. <뱀파이어 더 마스쿼레이드 블러드라인즈>
4. <스토커: 체르노빌의 그림자>
5. <데이어스 엑스: 휴먼 레볼루션>

2. 플레이어의 분신
위에 나열한 5개 스크린샷의 게임은 지문 입력 방식이라는 공통점 외에도 또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바로 플레이어의 분신이 캐릭터 1개에 고정된다는 것이다. 3~5의 별도의 게임은 파티원 없이 플레이어 캐릭터 하나만 게임 진행을 맡으므로 플레이어의 결정이 곧 게임 내 캐릭터의 결정으로 이어지는데 별 무리가 없다. 진짜 이야기하고 싶은 건 1과 2의 경우이다. 퀘스트든 돌발적인 전투든 플레이어의 분신 캐릭터의 결정에 파티원들은 대개 일방적으로 따른다. 물론 두 게임에서 특정 동료들은 플레이어의 행동에 반발하고 심한 경우 플레이어를 버리고 떠날 수도 있다. <스카이림>처럼 동료가 아예 짐꾼&용병으로 격하된 경우보다는 양반인 편이겠다. 하지만 모든 행동에 대하여 그 선택의 주체는 전적으로 플레이어와 분신 캐릭터 하나이다.

웨이스트랜드 2의 플레이 영상에서, 플레이어의 분신은 파티원 전원이다. 특정 스탯/스킬이 높은 대표 캐릭터 하나가 대화를 주도하는 방식으로 추정된다. 특정 파티원이 있다면 대화 지문이 변경되는 정도는 가능하겠다. 하지만 그 캐릭터가 플레이어의 분신은 아니다. 플레이어의 선택은 파티 전체의 선택이다. 물론 특정 행위에 대해 파티원 일부가 거부할 수 있다. 민간인을 학살한다 같은 경우, 심지어는 파티 이탈도 가능하겠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플레이어의 분신은 파티 전체이다. 내가 웨이스트랜드 2의 키워드 시스템에서 주목한 점이 이것이다. 기존의 수많은 RPG들은 대개 플레이어 분신 캐릭터 하나가 게임을 주도하는 구조였다. 하지만 웨이스트랜드 2는 파티 자체가 플레이어의 분신이자 도구이다. 틀림없이 파티원 각자의 고유한 개성은 스크린샷을 올린 게임들의 동료 캐릭터들에 비해 매우 축소될 것이다. 실제로 파티원들의 사진을 플레이어 마음대로 교체할 수 있다는 게 이를 입증해준다. 대신에 파티 자체의 개성이 플레이어의 행동 - 선행이냐 악행이냐, 특정 세력을 지지한다거나 도둑질이나 도박 등등..-에 의해 결정될 것이다. 파티원들의 개성이 축소/확대되는건 어느게 좋다 나쁘다 단정하지는 못하겠다. 하지만 웨이스트랜드 2의 방식도 이제는 등장(혹은 부활)할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그것도 메이저 제작자에 의해 정통 CRPG에서.

P.S 웨이스트랜드 2가 출시되거나 기타 정보가 더 풀림에 따라 이 글은 개소리가 될지도 모른다.

덧글

  • ㅇㅇ 2013/02/21 11:45 # 삭제 답글

    사실 키워드도 파티가 아니라 1인 주인공에서 써먹은 시스템이에요.
    모로윈드, 울티마(4는 확실히)에선 키워드대화를 써먹었지요.
    다만 파티식인데 키워드를 쓰는 게임은 위저드리8인데 이거랑 비슷한 느낌일수도 있겠지요.
  • Saint Attila 2013/02/21 12:49 #

    옛 시대에는 기술적 한계가 분명했기 때문에 대량의 지문을 넣지 못했다 봅니다. 그런데 시대가 지나면서 키워드 시스템이 재조명받게 될 수도 있죠. 사실 키워드 시스템은 제가 제대로 경험해 본 적이 없어서 뭐라 하기가 그렇습니다.
  • ㅇㅇ 2013/02/21 13:07 # 삭제

    사실 키워드 시스템을 접할 게임이 요세 없기는 하지요. 아마 접해본적이 없으니 거부하는걸지도 모르지요.
    그 접해본 대상이 모로윈드정도면 반대 할만도 한게 모로윈드는 대화보단 사전을 보는 느낌이라 꺼리는 사람도 많으니까요.
  • Themyst 2013/02/26 18:29 #

    RPG는 아니지만 키워드 방식을 사용하는 게임으로는 얏치의 트릴비의 노트가 있지요. 이쪽은 플레이 타임도 짧고 나름 재밌기에 한번 해보는걸 추천합니다. 다만 이쪽은 키워드로 대화하기 보다는 키워드로 행동시키는 게임이지만요.
    생각보다 키워드 시스템을 쓰던 게임은 많은듯 합니다. 이스1을 한번 해볼까 하니 대화 방식이 키워드 식이더군요.
    그외에 파이널 판타지2도 키워드 방식의 대화 시스템을 사용했다 합니다.
    사실 대화 시스템 자체에 주목해온 게임이 별로 없던지라 이런 분쟁이 일어나는 게임이 있다는게 더 신기할 정도지요;;
  • ㅇㅇ 2013/02/23 16:04 # 삭제 답글

    http://www.nma-fallout.com/forum/viewtopic.php?p=1003536#1003536
    여길 보니 키워드 시스템을 수정하는 방향이 키워드에 마우스를 올리면 케릭터가 어떻투로 말할지 나오는 식으로 한다 하더군요
  • Saint Attila 2013/02/23 17:09 #

    제가 바라는 대로군요. 어투를 뜻하는 거라면 파티원 개인의 개성마저 뚜렷해지고, 누가 대화를 주도하느냐에 따라 대화 결과도 바뀌겠죠.
  • ㅇㅇ 2013/02/24 01:39 # 삭제

    다만 그러면 여전히 문제가 남는게 직접 쳐서 입력하는 문장은 어떻게 할것인가가 과제로...
  • ㅇㅇ 2013/02/24 08:52 # 삭제 답글

    성구쇼님의 글을 보니 인자일은 상상을 초월하는 대화시스템을 만든듯 하네요;;; 상황 어떤 키워드를 먼저 접했는가, 케릭터 등등 엄청나네요;;; 여태 접한 키워드 시스템 게임이라 해봐야 위저드리8, 모로윈드, 웨이스트랜드 정도인데 저 셋은 그거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닐 정도군요.
  • Saint Attila 2013/02/24 12:08 #

    방금 읽고왔는데 레알 충격과 공포입니다! 공대생 친구한테 그 이야기를 해주니 "와.. 프로그래밍 머리 터지겠네.."하더군요. 굉장히 맘에 드는 시스템인데 아마 발매 후 버그때문에 최하 3개월은 고생해야 할 겁니다ㅎㅎ
  • Themyst 2013/02/26 18:25 #

    버그로 고생할 걱정은 없을겁니다. 버그는 나중에 고치고 게임부터 내라는 퍼블리셔의 독촉은 없을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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